센터이야기
제목 이주외국인 한국가정방문 행사-소감문
작성자 센터 12-05-16 13:54 2,566


* 2012년 서울시 이주외국인 한국가정방문 행사에 함께 했던 가정의 학생이 행사를 통해 느낀 소감을 적어서 센터로 보내주었는데, 서로 이해하는 좋은 시간이었음을 알게 해 주네요.
 
-소감문-
 
[2012년 서울시 이주외국인 한국가정방문 행사]가 있던 5월 13일 일요일 오후4시, 가정방문을 자원한 여의도 고등학교 Global Leadership Program 친구들과 함께 여의도역에서 만나 지하철을 타고 왕십리역으로 이동한 다음 약도를 보면서 성동 외국인근로자센터를 찾아갔다. 센타는 크지 않았지만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센타에 도착한 뒤, 우리는 각각의 가정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할 예정인 외국인 근로자를 소개받아 인사를 나누고 함께 모여 기념촬영을 하였다. 그리고 자원봉사자 한명과 배정받은 외국인 근로자 두세분이 한 팀이 되어, 센타를 찾아간 그 길을 그대로 되돌아서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우리 집에 배정받은 분은 몽골에서 온 볼로마 누나하고 중국에서 온 정국정 아저씨, 포흥웨이 아저씨였다. 방직공장을 5년째 다니고 있는 몽골인 누나는 한국말을 잘했던 반면, 마장동에서 소와 돼지를 도축하는 일을 하시던 중국인 아저씨들은 한국에서 2년을 살았는데도 아직 한국말이 서툴렀다. 반팔 옷을 입고 온 아저씨들의 팔에 드러난 상처들이 많아 안타까웠다. 많은 감정들이 올라왔지만 아저씨들과 누나가 웃으며 즐거워하고 틈틈이 사진 찍는 모습을 보니 보람이 있었다.
 
집에 와서 누나와 아저씨들은 미리 준비해온 선물을 엄마에게 드렸다. 월병셋트, 유자장아찌, 오렌지등 하나씩 꺼내보며 고마워하던 엄마는, 새우가 그려진 사탕과 얼음조각 같은 사탕을 보고 아저씨들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애썼지만 어려웠다.
 
오늘의 메뉴는 우리가 좋아하고 평상시 자주 먹는 깁밥 만두 치킨 잡채 샐러드였다. 볼로마누나는 울란바타르(몽고)에서 서울로 왔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띈 게 한국사람들의 피부가 좋고 젊어 보이는 것이어서 그 이유가 궁금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처음으로 한국 가정에 와서 식사를 해보니 야채를 많이 먹는게 그 이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몽고에서는 말고기 양고기 소고기를 주로 먹으며 요즘에는 돼지고기도 먹는다고 하는데 대화를 나누던 중에 누나가 매운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엄마가 바로 매운 떡복이를 했다.
 
하얼빈에 가족을 두고 혼자 서울에 와서 살고 있으며,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새벽4시부터 밤 늦게까지 일을 하신다는 포흥웨이 아저씨와 정국영 아저씨와도 이야기를 하려고 많이 애썼으나 아저씨들의 아주 서툰 한국말과 갑작스럽게 인터넷으로 검색한 중국어 몇 마디로는 나눌 수 있는 대화가 너무 없다. 그렇지만 우리가 느끼는 마음을 표현하기에는 반가운 몸짓과 표정만으로도 부족하지 않았다.
 
식사 후, 식탁을 정리한 다음 우리는 깁밥 재료를 식탁 가운데 펼쳐놓고 김밥싸기 체험을 했다. 각자 자기 앞에 도마를 놓고 그 위에 김발을 펼치고 엄마의 시범에 따라 김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구운김을 김발 위에 올리고, 밥을 한주먹 떠서 김 위에 넓게 펼치고, 준비된 김밥 속재료를 나란이 밥 위에 올린다음, 김발로 김밥을 꼭꼭 누르며 잘 말아준다. 나만 김밥을 처음 싼게 아니었다! 누나도 아저씨들도 처음 싸보는 김밥을 신나게 쌌다. 재미가 들려서 싼 김밥이 수북해지자, 이제는 엄마가 김밥을 썰어 호일에 잘 담는 시범을 보여주셨다. 아하! 김밥썰기 시작! 누나는 누나의 얼굴처럼 예쁘게 김밥을 썰어 잘 담았는데 아저씨들이 김밥을 썰자 옆구리가 터진다. 속재료가 튀어 나온다! 하하호호! 호일에 싼 김밥이 한줄 두줄 쌓이는데 시간이 벌써 여덟시가 다 돼간다.
 
아저씨들이 내일 새벽 4시에 일을 시작하려면 이제 집에 가서 쉬어야 하기 때문에 그만 일어나야 한다. 엄마는 준비한 작은 선물가방에 호일에 싼 깁밥을 담아드리며 섭섭한 마음으로 배웅을 해 주셨다. 볼로마누나, 포흥웨이아저씨, 장국정아저씨는 환승하는 역까지 같이 가려던 내게, 같이 가지 않아도 집으로 가는 지하철 역까지 찾아갈수 있다면서 고맙다고 잘 가라고 인사해주었다. 돌아오는 길에 내 마음 어딘가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누나와 아저씨들의 웃는 얼굴이 내 마음 어딘가를 점점 환하게 채워주고 있었다
 
-여의도고등학교 1학년 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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